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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 『 사람들은 이것이 생명공학의 승리라고 여겼다. 』

  •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의 잔해가 급속하게 복구되고 전 세계의 밀림이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다. 세계 보건기구, 기후변화의 종말을 예고하다. 전 지구가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풍작을 맞이하다.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의 가장 건조한 지대조차 팔뚝만한 얌과 카사바가 대량 수확되어,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천문학적으로 줄어들다. 전 인류가 낙관론에 가득 차다. 

2019년 가을-겨울 |  『 전 지구가 일제히 싹을 틔웠다. 』

  • 환절기의 꽃가루 방출량이 대폭 늘어나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다. 호흡기 질환자들이 증가하면서 이상한 현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전 지구를 통틀어 백 명 정도 발견되다. 면역 이상에 따른 피부병으로 판정되다. 활엽수의 낙엽이 지지 않는 이상 현상이 보고되면서 생물학적 풍요로움이 지속되다. 생물학자들이 의문을 표하다.

 

2020년 5월 3주차 |  『 1950년 런던 스모그보다 심하다고 어떤 노인이 중얼거렸다. 모두가 그 말을 무시했다. 』

  • 겨울에 지지 않았던 식물들이 봄에 개화하며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내뿜다. 미세한 분진들이 기계 안에 들어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그 먼지를 들이마시며 혼란이 가중되다. 많은 국가들이 이를 단순한 미세먼지 사태로 받아들이며 초동 대처가 늦어지다. 감기 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나 의료진들이 고난을 겪다.

 

2020년 5월 4주차 | 『 그저 진화의 어떤 한 과정일 뿐이야. 백악기가 끝나고 공룡이 사라졌던 것처럼. 』

  • 감기나 황달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하거나 가벼운 몸살이라고 치부하며 일상생활을 지속하던 25억의 사람들이 갑자기 나무로 변화하며 인류 멸망이 시작되다. 2주 간 전세계에서 약 25억 정도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3단계까지 도달하여 세계적인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다. 증세가 빨리 진행되어 손을 쓸 새도 없이 1차 판데믹 감염자들이 모두 4단계까지 진입하다.

  • 군대가 와해되고 범죄율이 2000%까지 증가하다. 사람들은 4단계 감염자를 공격하거나 불태우지만 오히려 연기에 꽃가루가 타고 날아가며 감염자가 더욱 확산되다. 부족한 방독면과 필터를 차지하기 위한 아비규환이 벌어지다.

  • 생물학자들, 발병의 기전이 바람으로 전파되는 꽃가루 호흡 및 외상을 통한 혈관 침투라는 사실을 규명하다.

 

2020년 - 2040년 | 『 안녕하세요, 인류는 천천히 쇠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전해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

  • 65억이었던 지구의 인구 중 약 60억 정도가 변이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방독면을 착용하고 남은 필터 공장과 정수 시설로 행동 반경을 축소하고 인력을 집중하여 버거운 생존을 이어나가기 시작하다.

  • 대폭 줄어든 인류의 수로 인해 인프라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자 인류가 200년 동안 세워온 근대 문명이 불과 10년도 안 되어 붕괴하다. 도로를 뚫고 드리우며 끊임없이 번식하는 식물들이 철근 콘크리트 마천루를 무너트리고 연약한 밭작물은 정글 식물과의 영양분 경쟁에서 도태하다. 땅이 석회화되어 곡물 생산량이 급감하다. 모든 자원이 부족해지다. 아주 기본적인 원리의 기계만이 작동하고 나머지 정밀기기는 분진의 영향으로 모두 작동 정지하다.

  • 가스와 석유의 채굴이 불가능해지고 꽃가루들이 대기를 뒤덮으면서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급락하여 에너지 또한 귀해지다.

그리고 그렇게 20년이 지나다.

한정된 자원을 놓고 서로 죽고 죽이면서.

한때 인간이었던 식물들은 우리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한때 그러했던 것처럼, 식물은 이제 인간을 고사(枯死)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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